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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면 어느 순간 체력적인 한계가 느껴지는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흔히 우리는 보약을 한 첩 지어먹자고 하거나 기력을 회복하는 음식을 찾고는 합니다. 물론 충분한 휴식도 필요합니다. 저에게 요즘이 딱 그런 시기인 것 같아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예전에 엄청 지쳐있었을 때 먹었던 한 음식이 생각이 났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당시 5박 6일간의 상당히 긴 출장이었는데 번역, 통역, 바쁜 현장 일로 인해 몸은 천근만근이었고 잠도 하루에 두 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해 머리만 붙이면 잠이 들어버렸던 저였습니다. 일정이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었고 먼저 일을 끝낸 사람들이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사장님께서 저녁을 본인이 준비하겠다고 하시며 장어를 좋아하는지 물어보셨습니다. 평소 생선을 좋아하지 않았던 저는 고기가 먹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었는데 나고야에서는 반드시 이것을 먹어야 한다고 하시며, 먹고 나면 지금까지 피로했던 몸을 회복하는데 많이 도움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사장님의 고집으로 인해 제가 나고야에서 처음 맛보게 되었던 음식이 일본식 장어덮밥 '히츠마부시'입니다. 나고야에서 태어난 음식이기 때문에 수많은 히츠마부시 가게가 있지만 저희가 방문했던 가게는 그 가운데에서도 1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나고야에서 가장 유명한 가게였습니다.

    1. 히츠마부시 맛집 '호우라이켄(蓬莱軒)'  

    가게에 들어갈 때부터 고급스러웠던 분위기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150년 전통의 이 가게 본점은 본관과 별관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두 군데에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규모는 상당하지만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항상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로 꽉 찬 가운데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이 많은 평일에도 식사를 하기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은 변함이 없으며, 외국인들에게도 많이 유명해져서 이제는 본점에서 밥을 먹기 더 힘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방문했을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이 가게는 예약을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무조건 방문해서 기다려야 한다고 다른 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전부터 친분이 있으셨던 사장님 덕분에 예약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름을 들으시고 특별히 예약을 받아주셨습니다. 도착 시간을 가게 사장님께 말씀드렸고 그 시간까지 자리를 준비해 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사장님께서는 나고야를 방문할 때 지인들을 데리고 꼭 이곳에서 식사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가게 사장님과도 친분을 맺게 되었고 예약을 특별히 받아줄 정도로 깊은 인연이 되셨다고 합니다. 도착했을 때 이름을 말씀드렸더니 사람들이 많은 곳이 아니라 조용히 먹을 수 있는 별관으로 안내해 주셨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도 보지 않고 사장님께서는 '한 마리 반'으로 주문을 하셨고 같이 갔던 일행 모두 '한 마리 반'을 주문했습니다. 

    2. 명품 장어 덮밥(히츠마부시)의 외관

    사장님과 히츠마부시를 먹으러 갔을 때 메뉴판을 찍어두지 못해서 '호우라이켄'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메뉴 사진을 확인했습니다. 가게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진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 나온 사진을 사용했겠지만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보기만 해도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가게에 도착하고 손님이 상당히 많이 있었기 때문에 메뉴가 나오는 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사장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처음 먹어보는 히츠마부시라 너무 설레었었고 그 와중에 사장님께서 음식 나올 때까지 다음 일정을 정리하자고 하셔서 정신없이 일정 정리를 해서 오래 기다렸다는 기억은 크게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억나는 것은 음식을 처음 보았을 때의 놀라움과 한 입 먹었을 때 자연스럽게 나왔던 감탄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두근두근하면 엄청 기대를 했었고 밤샘으로 인한 피곤함 속에서 점심을 먹은 지 너무 오래 지나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한 마디로 만신창이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를 구원해 주었던 것이 바로 이 히츠마부시였습니다. 이 당시에는 정말 맛있게 구워진 장어를 보니 고팠던 배가 더욱 고파졌고 당장이라도 먹고 싶었지만 '히츠마부시'를 먹는 방법이 있다고 해서 일단 사장님의 말씀에 따르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음식이 금방 나올 줄 알고 사장님과 같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조금 시간이 또 걸렸습니다. 그리고 장어가 주문한 것보다 조금 나와서 다시 가져다준다고 하셔서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었습니다. 5분 정도 뒤에 모든 음식이 준비가 되었고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히츠마부시만 먹으러 나고야에 다녀온 적도 있습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음식이기 때문에 나고야에 가시는 분들은 꼭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히츠마부시를 아주 맛있게 먹는 법은 3번에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히츠마부시
    나고야 명물 장어 덮밥(히츠마부시)

    3. 히츠마부시를 아주 맛있게 먹는 방법

    쟁반에 담겨 나오는 주걱으로 히츠마부시를 4등분으로 나눕니다. 4등분 중 첫 번째 등분을 왼쪽 중간에 뒤집어져 있는 빈 그릇에 덜어줍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넣지 않고 그대로 먹습니다. 남아있는 세 등분 중에 한 등분을 빈 그릇에 덜어서 쟁반에 같이 담겨 온 파, 고추냉이, 김과 함께 비벼서 먹습니다. 남아있는 두 등분 중에 한 등분을 빈 그릇에 덜어주고 같이 나온 주전자에 있는 차를 접시에 따릅니다. 너무 많이 따르면 좋지 않으니 천천히 조금씩 넣어서 맛을 보고 취향에 따라 파, 김 등을 넣어서 같이 먹습니다. 일본식 '오챠즈케'로 만들어 먹는 방법입니다. 남아있는 마지막 등분을 빈 그릇에 덜고 앞에 먹었던 세 가지 방법 중에 가장 맛있었던 방법으로 다시 한번 더 먹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있는 그대로의 맛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넣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반을 먹었습니다. 고추냉이를 넣어서 먹는 것보다 오챠즈케로 만들어 먹는 것보다 단짠 본연의 맛을 느끼는 것이 가장 좋았기 때문에 추후에 방문했을 때도 아무것도 넣지 않고 그렇게만 먹었습니다. 이 출장 이후, 저는 세 번 정도 나고야를 방문했는데 그 이유는 오로지 출장 때 먹었던 히츠마부시를 다시 먹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출장 당시 몇 군데 없었던 히츠마부시 가게 '호우라이켄'이 몇 년 사이에 체인점이 많이 늘었습니다. 다시 방문했을 때 좋았던 점은 숙박했던 사카에 근처에도 가게가 몇 군데 더 생겼고 나고야 센트레아 공항에도 체인점이 생겨서 정말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별관에서 조용히 먹었던 그때와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뭔가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먹으려다 보니 옛날처럼 편안하게 음식을 음식을 먹을 수 없어서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호우라이켄'은 역시 '호우라이켄'이었습니다. 가격은 비쌌지만 몇 년이 지나도 맛은 그대로였고 먹는 내내 너무 행복했습니다.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또 방문하려 했지만 코로나가 생기는 바람에 아직까지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드셔본 분들께서는 "그 정도는 아닌데?"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처음 방문했을 당시 체력적으로 엄청 힘들었던 상태였고 동료들과 같이 방문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4. 마무리

    나고야 여행 막바지 접했던 호우라이켄 '히츠마부시'는 예술 그 자체였습니다. 호우라이켄 히츠마부시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공기는 우아하면서도 오래된 내부와 공기 중을 떠다니는 장어구이의 달달하면서도 타는 듯한 향은 일본의 전통적인 느낌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합니다. 나고야 특산품인 히츠마부시의 전통과 원조를 지켜내려는 호라이켄 진품을 보존하려는 식당의 충실함은 모든 부문에서 진심입니다. 옻칠을 한 고급스러운 상자에 담겨 나오는 히츠마부시를 자세히 살펴보면 당장 먹어도 될만큼 완벽한 모습으로 손님을 유혹합니다. 한 입 베어 물면 장어는 고소하고 달콤한 타레 소스에 의해 강화된 섬세한 맛으로 당신의 입에서 녹습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이트로, 양념으로, 마지막에는 육수로, 이렇게 세 가지의 독특한 방식으로 히츠마부시를 즐기는 전통적인 스타일은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기억에 남게 됩니다. 호우라이켄은 단순한 요리라는 부문에 한정되지 않고 일본인의 환대, 즉 '오모테나시'를 성실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식사하는 동안 최고의 환경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직원들의 따뜻한 서비스와 관심은 진심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자연스럽게 들도록 만들어줍니다. 이러한 모습으로부터 호우라이켄 히츠마부시는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며, 나고야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인사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고의 모습으로 최고의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는 그 모습을 꼭 나고야에서 같이 느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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